진화
적록색맹인 사람은 녹색 위장 패턴을 더 세세하게 볼 수 있다. 색상 차이에 덜 끌리고 밝기·질감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위장 무늬에 덜 속는다. 이 원리를 파악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미국 군은 색맹 병사를 공중 사진 판독 요원에 배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0
인간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눈의 흰자위(공막)가 뚜렷이 드러난다. 침팬지·고릴라의 공막은 어두워 시선 방향을 숨길 수 있지만, 인간의 흰 공막은 상대방 시선을 멀리서도 읽게 해준다. 이 '비밀 없는 눈'이 언어 이전의 협력적 사냥과 비언어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는 '협력적 눈 가설'이 있다.
0
2005년 예일대 경제학자들이 카푸친 원숭이에게 금속 토큰을 화폐로 쓰도록 훈련했다. 이후 원숭이들은 도박 행동과 손실 회피를 자발적으로 나타냈으며, 일부 수컷은 음식을 얻기 위해 암컷에게 토큰을 건네기도 했다.
0
타조의 눈 하나는 지름 약 5cm로 육상 척추동물 중 가장 크며, 무게가 약 60g에 달한다. 이는 뇌보다 무거운 수치다. 두개골 안에서 두 눈이 차지하는 공간을 합치면 뇌보다 크기 때문에, 뇌가 양쪽 눈 사이에서 납작하게 눌려 있다. 덕분에 타조는 2km 밖의 포식자도 감지한다. 날지 못하는 새가 생존을 위해 택한 진화적 타협이다.
0
일부 나방은 접근하는 박쥐에게 초음파 클릭음으로 반격한다. 2009년 《사이언스》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나방은 박쥐가 가까이 올 때 초음파 클릭음을 발사해 박쥐의 거리 계산을 교란한다. 박쥐의 청각 탐지와 나방의 음향 반격이 수천만 년간 이어진 진화 군비경쟁의 산물이다.
0
파리지옥은 잎을 한 번 건드린다고 닫히지 않는다. 잎 안쪽 감각모가 먼저 한 번 자극되면 준비 상태가 되고, 20~40초 안에 같은 털이나 다른 털이 한 번 더 자극돼야 비로소 잎이 닫힌다. 빗방울이나 낙엽 같은 것에 헛되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는 진화적 전략이다. 같은 시간 안에 세 번 이상 자극되면 소화액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0
포유류의 태반 형성에는 바이러스에서 온 단백질이 필요하다. 조상을 감염시킨 레트로바이러스 서열 하나가 싱시틴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바뀌었고, 이 단백질이 태아와 어머니 사이의 세포 융합을 돕는다. 태반을 가진 포유류는 부분적으로 바이러스 덕분에 탄생했을 수 있다.
0
인간 게놈의 약 8%는 수백만 년 동안 조상을 감염시킨 레트로바이러스의 흔적이다. 바이러스 DNA가 정자나 난자 같은 생식세포에 끼어들면, 감염은 병으로 끝나지 않고 유전자처럼 자손에게 전달된다. 우리 몸에는 오래전 바이러스가 남긴 분자 화석이 대물림되고 있는 셈이다.
0
잎꾼개미는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 농업을 시작했다. 잎을 직접 먹는 대신 잘게 잘라 균류 밭의 퇴비로 쓰고, 그 균류를 먹이로 삼는다. 개미들은 항생물질을 만드는 세균까지 몸에 지녀 균류 밭의 병을 막는다.
0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셰르파족의 고도 적응은 혈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은 고도에서 적혈구를 늘려 산소를 옮기지만, 셰르파족은 비교적 낮은 헤모글로빈으로도 근육의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진화했다.
0
멸구의 약충은 뒷다리에 실제 기어처럼 작동하는 톱니 구조를 갖고 있다. 2밀리초 만에 400G의 가속도로 점프할 때 양쪽 다리의 움직임을 30마이크로초 이내로 동기화한다. 성체가 되면 교체 불가능한 기어 대신 마찰 방식으로 전환한다.
0
포유류의 젖은 원래 알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피부 점액에서 진화한 것이다. 현존하는 유일한 알 낳는 포유류인 오리너구리는 지금도 몸에서 분비한 점액으로 말랑말랑한 알을 촉촉하게 유지하며, 부화한 새끼는 이 점액을 먹어 영양분을 섭취한다.
0
인간의 눈에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있어 세 가지 색을 감지한다. 반면 갯가재는 16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2색각에 불과한데, 공룡 시대에 야행성으로 살며 색 감지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영장류만이 나무열매를 찾기 유리한 돌연변이 덕분에 3색각을 되찾았다.
0
판다는 곰이지만 진화 과정에서 고기 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잃어 대나무를 먹게 되었다. 그러나 소화기관은 여전히 육식동물의 구조여서 대나무의 17%만 소화할 수 있다. 이 비효율을 양으로 보충하기 위해 판다는 하루 약 14시간을 먹는 데 쓴다.
0
지중해 건조 지역의 식물 시스투스는 수액의 인화점이 35도에 불과하여 건조한 여름이면 스스로 불이 붙는다. 주변 식물을 모두 태워 죽이지만, 미리 뿌려둔 내화성 씨앗이 재를 양분 삼아 발아한다. 자신을 태워 경쟁자를 제거하는 진화 전략이다.
0
중미 열대림의 알멘드로 나무는 번개를 잘 맞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넓은 수관과 최대 55m의 높이로 다른 나무보다 번개에 맞을 확률이 68% 더 높지만, 번개에 맞으면 주변 나무 평균 9.2그루가 감전사하여 알멘드로의 자손 생산 능력이 14배까지 높아진다.
0
현생인류 유전자의 1~4%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 그중에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SLC16A11 유전자와 탈모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접촉이 없었던 남아프리카의 코이산족에게서는 이 유전자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0
말에게는 발가락이 하나뿐이다. 다섯 개의 발가락 중 가운뎃발가락만 극도로 발달하고 나머지는 퇴화하여, 말은 한 발가락의 발톱으로 서 있다. 우리가 '발굽'이라 부르는 부분이 바로 그 거대한 발톱이다.
0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으면 '잠수 반사'가 발동한다. 심박수가 10~25% 낮아지고, 팔다리로 가는 혈류를 줄여 심장과 뇌에 산소를 집중시킨다. 모든 포유류에게 존재하는 이 반사는 바다에서 살았던 먼 선조의 흔적이며,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0
얼룩말의 줄무늬는 체체파리와 말파리 같은 흡혈 곤충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실험 결과 파리는 줄무늬 표면에 앉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부딪히거나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일반 말에게 줄무늬 옷을 입혀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0
1980년대 호주에서 수컷 딱정벌레가 맥주병과 짝짓기를 시도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맥주병의 갈색, 크기, 그리고 병 아래 돌기가 암컷의 외형과 유사하여 '초정상 자극'으로 작용한 것이다. 종의 생존이 위협받자 호주 맥주 회사들은 병 디자인을 변경하여 돌기를 제거하였다.
0